프리랜서의 장점: 자유롭다. 단점: 자유롭다. 얼만큼 일하라고 다그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일을 얼마나 했는지 챙겨주는 사람도 없죠. 스스로라도 챙겨야 이번 달은 얼만큼 했는지 돌아볼 수 있습니다. 돌아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가치는 당연히 소득으로 셀 수 없는 것이지만, 저번 달보다 많이 벌었다는 걸 숫자로 알게 되면 기분이 좋거든요. 줄어들었다면 개인적 요인이든, 외부적 요인이든 원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공개합니다. 저의 한 달 결산법!
- 퀘스트 제목: 한 달 결산을 계산하라
- 보상: 예쁜 엑셀 파일과 뿌듯함
1. 일을 받을 때마다 엑셀로 기록합니다
날짜, 프로젝트 이름, 단어 수, 단가, 마감일, 실제 납품일 등등을 정리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엑셀 시트는 대략 이렇습니다만, 필요에 따라서 적당히 내용은 가감할 수 있겠습니다.

포인트: 일을 받자마자 바로 기록하지 않고 나중에 몰아서 해야지~ 하면 귀찮아져서 안 하더라고요… 일을 받았을 때 바로 기록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2. 엑셀 기록과 PO를 대조하면서 인보이스를 보냅니다
인보이스를 보내면서 다시 한번 숫자를 체크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일을 받자마자 있는 내용을 그대로 기록하더라도 분명 인보이스를 보낼 때가 되면 숫자가 어딘가 틀리게 되어 있습니다. 전 숫자의 마법이라고 부르는데요… 숫자의 마법을 피해 꼼꼼하게 확인해봅니다.
3. (선택형 옵션) 필드 기준, 사용 CAT 툴 기준으로 정리해봅니다
어느 정도 고정적인 거래처가 생기면 회사 이름만 보고도 대강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썼는지 파악이 되실 겁니다. 매달 할 필요야 없겠지만 한 번쯤 필드별로, 사용한 프로그램별로 데이터를 정리해보면 나중에 ‘특정 분야의 프로젝트를 할 예정인데, 이 분야에 얼마나 경력이 있는가’를 묻는 클라이언트가 있을 때 쉽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어떤 CAT 툴을 써본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을 받더라도 명쾌하게 답변할 수 있죠. 2020년 4월 기준으로 정리한 제 데이터는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암호화폐 일을 훨씬 많이 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패션 일이 많았네요.

CAT 툴 그래프를 보면 의외로 SDL Trados를 제하고도 다른 CAT 툴을 많이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데이터가 도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느냐?는 다음 포스팅에서 적어보겠습니다.
4. 한 달 후, 실제 입금이 되었는지 확인합니다
보통 기업의 결제 기간은 한 달인 경우가 많아서 한 달 후에 확인한다고 썼지만, 사실 거래처마다 45일부터 60일, 90일까지 결제 처리 기간이 다양하겠죠. 각 회사의 결제 기간에 맞추어서 입금이 되었는지 확인하고, 엑셀로 다시 기입합니다.
이렇게 엑셀과의 친분을 열심히 쌓다 보면 이런 소득 변화 그래프도 그릴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쯤 되면 회계를 담당해주실 직원을 한 명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집니다).

그래프가 들쭉날쭉하는 것이 주가 그래프를 생각나게 하네요. 글자 그대로 제 자신의 주가를 확인하는 기분이 듭니다. 이쯤하면 아셨겠지만 저는 디자인 센스가 없고… 엑셀로 이상한 거 하고 놀기를 좋아합니다…
이제 명절에 만난 친척분이 “그래 프리랜서 한다더니 밥은 벌어먹고 사냐?”고 여쭤 보실 때 수치에 근거해 답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퀘스트 완료!